만성 질환이나 장애를 가진 가족을 돌보는 가족이나 친구를 일컫는 간병 가족.

가족 간 유대관계가 깊은 우리나라에서는 가족 중 누군가가 건강에 이상이 생겨 몸져눕게 되면 가족들이 직접 나서 환자를 돌보게 됩니다. 주로 환자의 배우자나 딸이 간병이라는 힘든 여정의 대부분을 책임지고 있는 현실입니다.

환자를 돌보는데 온 힘을 쏟다 보면 정작 간병 가족 본인의 건강을 챙기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간병 가족 스스로의 건강 관리가 중요한 이유는 간병 가족의 건강이 나빠질 경우 더 이상 사랑하는 가족을 돌볼 수 없게 되는 것은 물론, 간병 가족 본인의 삶의 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가정의학과 손기영 교수 인터뷰]
간병 가족은 대부분 50대 이상이 많기 때문에, 고혈압이나 당뇨병, 고지혈증 같은 만성 질환을 가진 분들이 많습니다. 이런 분들이 적절히 만성 질환을 관리하지 않으면 합병증으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그래서 만성 질환이 있는 경우 환자가 치료받고 있는 병원에서 진료를 같이 받고 건강 관리를 하게 되면 시간 부족으로 건강에 소홀해지는 것을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암환자의 간병 가족 중에는 본인이 돌보는 환자가 앓고 있는 암의 조기 발견에는 관심이 많은 반면, 다른 만성 질환의 검진이나 건강한 생활습관 유지에는 소홀한 경우가 많은데요.

간병 가족 역시 규칙적 운동과 적정 체중 유지 등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암 검진 뿐만 아니라, 다양한 질환에 대한 건강 검진을 하는 것이 건강 관리의 지름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신체적인 건강 관리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정신적인 건강 관리일 텐데요, 오랫동안 간병 가족으로 지내오다 보면 우울하거나 불안한
마음을 갖게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가정의학과 손기영 교수 인터뷰]
10명의 간병 가족 중 4명은 정서적인 문제를 호소하고, 불면증과 피로로 힘들어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대부분의 간병 가족이 간병에 대한 충분한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간병을 시작하고, 이로 인한 불안과 스트레스가 증가하고 간병 가족과 환자 모두의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이런 걸 막기 위해서는 간병 가족이 여유를 갖고 소진에 빠지지 않게 노력할 필요가 있습니다.

만성 질환 환자를 돌보는 것은 여유를 갖고 지속되어야 할 긴 여정입니다. 현실적인 한계나 환자 상태에 따라서 간병 가족이 죄책감을 느낄 필요가 없고, 주위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솔직한 얘기를 나누며 본인의 어려움을 나눌 필요가 있습니다.

힘든 일을 혼자 떠맡고 스트레스 받으며 소진되어 더 이상 환자를 돌볼 수 없게 되기 전에, 주변에 본인의 어려움을 알리고, 힘든 부분을 나누어 맡고 휴식을 갖는 것이 오래 지속되는 여정을 건강하게 마무리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간병 가족의 건강한 심신을 먼저 돌보는 것은 환자를 돌보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는 것을 잊지 마세요.